정호는 노트북 화면 속 붉은 경고창을 닫지도, 확인하지도 못한 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때 창문 밖에서 또다시 담배 불빛이 번쩍였다. 이번엔 분명 누군가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사무실 공기는 더욱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감사팀이라던 낯선 남자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고, 직원들은 그의 시선을 피해 웅성거렸다.
“어제 또 누가 불려갔대.”
“팀장님 사건이 회사 돈이랑 얽혔다던데…”
정호는 모니터를 켠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제 본 경고창이 회사 내부망에도 그대로 떠 있었다.
“보안 위반 기록이 발견되었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점심 무렵, 선영이 다급히 정호를 복도 끝으로 불러냈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USB가 쥐어져 있었다.
“이거… 팀장님이 제 책상 서랍에 숨겨놨더라고요. 아마 보고서 원본 같아요.”
정호는 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다. 이 USB 하나가 모든 비밀을 품고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순간,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거, 우리에게 주셔야겠는데요.”
고개를 돌리자 감사팀이라던 그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회사 감사의 그것이 아니었다. 차가운 사냥꾼의 눈이었다.
정호와 선영은 말없이 서로를 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달렸다. 복도 끝 비상구로 몸을 던지듯 열어젖히며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뒤에서 굵직한 발걸음 소리와 무전기 잡음이 들려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지만, 정호의 머릿속엔 오직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USB만 지키면 된다. 이게 진실을 밝힐 마지막 열쇠다.’
두 사람은 지하주차장 어두운 구석에 몸을 숨겼다. 정호의 손에는 땀에 젖은 USB가 움켜쥐어 있었다.
“선배… 이제 어떻게 해요?”
선영의 떨리는 목소리에 정호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불 꺼진 주차장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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